원두를 분쇄하면 맛을 잃을까?
흔히 분쇄된 커피를 구입하여 오래 두면 그 맛이 떨어진다고들 합니다. 커피는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 과정이 빨라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커피를 가는 과정에서 산소에 더 많이 노출되어 로스팅 중에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게 됩니다. 갓 분쇄된 커피는 아무리 좋은 품질의 원두라 하더라도 분쇄된 순간부터 풍미를 잃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분쇄된 커피를 구입하면 편리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홀빈을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쇄된 원두가 준비되어 있으면 원할 때 곧바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시간적 장점도 있습니다.
원두의 분쇄 정도는 어떻게 정할까?
원두는 추출 방법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여 갈아야 합니다. 너무 입자를 크게 하여 갈아도 좋지 않고, 너무 곱게 갈아도 좋지 않습니다. 그라인딩의 정도가 커피 맛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출 방법을 고려하여 갈아야 합니다. 원두를 곱게 갈 수록 물이 더 느리게 투과하고, 반대로 원두 입자를 크게하여 갈 수록 물이 빠르게 투과합니다. 원두 입자 사이에 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는 모래에 물을 통과시키는 것과 돌멩이 사이에 물을 통과시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입니다.
커피 추출 도구에 따른 원두 분쇄 정도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모카 포트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하려고 한다면 원두를 곱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강한 압력을 줄 수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이 커피를 너무 빨리 투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 강한 압력에도 물이 커피에 머무르는 시간을 길게 해야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미세하게 분쇄된 원두가 알맞습니다. 만약에 기계의 압력이 약하다고 판단된다면 입자 크기를 조금 더 크게 하여 분쇄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미세하게 분쇄하면 오히려 필터를 막고 물의 흐름을 늦추어 커피 추출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어로프레스를 이용하여 커피를 추출한다면 중간 정도의 입자로 원두를 분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압력이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같은 압력이라면 물이 커피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물이 투과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너무 미세한 입자가 아닌 중간 정도의 크기로 원두를 분쇄해야 합니다. 프렌치프레스를 사용하여 커피를 추출한다면 원두를 가장 투박한 크기로 분쇄해야 합니다. 다른 추출 도구에 비하여 물이 커피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맛이 원두 입자 사이에 공간이 많아야 합니다. 프렌치프레스에 미세하게 갈린 원두를 사용한다면 추출 후 커피 가루가 너무 많이 남게 되어 목넘김이 좋지 않은 커피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